2020 이직 탐험기
범수님, 어디가요 이제
4월 말에 회사를 퇴사하고 쉰 지도 벌써 근 1달이 되어가고, 코로나 시국인지라 놀러가지도 못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기 시작했다. 6월 중에 다시 일하는 것을 목표로 회사를 알아보기로 했고, 감사하게도 퇴사 소식을 듣고 먼저 연락을 주셨던 곳들 위주로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당분간은 데이터 도메인에서 좀 더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과거의 삽질들을 통해 아래와 같은 회사 지원 기준을 세워보기로 했다.
- 회사에 데이터 관련 어젠다가 있으며, 회사의 서포트가 있을 것
-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료가 있을 것
- 스타트업일 것
- R&R이 비교적 명확할 것 (신뢰를 바탕으로 위임과 책임이 명확할 것)
위 조건들을 만족하는 회사를 찾으려다 보니 필연적으로 여러 회사들을 동시에 진행하게 됐다.
지원한 회사 후기
5개 회사에 지원했고, 그 중 4개의 회사와 실제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감사하게도, 면접을 진행했던 회사에서는 모두 합격 통보를 받았다. 기간은 서류지원부터 최종 오퍼를 받기까지 1주 반 ~ 2주 정도 소요되었다. 이번에 면접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적어 보았다.
* 회사를 특정하지 않기 위해 회사명은 영문 첫 글자만 표기하였다.
D사
지원: 지인 추천 통해 지원
포지션: 데이터 엔지니어
채용절차: 티타임 -> 1차 면접 (컬쳐) -> 2차 면접 (기술) -> 최종 합격
- 지원 전 대표님과 티타임을 먼저 진행하면서 회사 소개와 R&R에 대해 이야기 나눔
- 대표님이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높고, 전사적으로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음
- 특이하게도 기술면접 전에 인사팀장과 1차로 컬쳐핏 면접을 함
-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핏이 맞지 않으면 꽝이기 때문에 실무자들의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함. 추후 도입해도 좋을 것 같음.
- 데이터에 대한 이해, 회사 문화, R&R 등은 마음에 들었으나 소수의 슈퍼맨으로 운영하는 회사 정책 상 함께 고민해 줄 수 있는 동료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었음
- 고민 끝에 오퍼 거절
- 면접비(커피 상품권)을 준 회사
K사
지원: 지인 추천 통해 지원
포지션: 데이터 엔지니어
채용절차: 티타임 -> 1차 면접 (기술) -> 2차 면접 (경영진) -> 최종 합격
- 지원 전 CPO(Chief Product Officer)와 티타임을 먼저 진행해 회사 및 제품에 대한 소개와 R&R에 대해 이야기 나눔
- 서비스가 매우 매우 흥미로웠고, 분야 특성상 제도로 인한 기술적인 챌린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 또한 재미있을 것 같았음
- 채용 절차부터 오퍼 단계까지 프로세스가 매우 빠르고 체계적임 (하루에 1차 2차 면접을 같이 진행하고 다음날 결과 통보)
- 2차 면접은 공동창업자 한분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질문에 대한 답변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개인의 장단점부터 업무 스타일까지 정말 세세하게 파고들었음. 사람을 뽑을때 얼마나 신중을 기하는 지 엿볼 수 있었음
-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물어봤었는데, 회사 규모에 비해 인사총무 부서에 매우 힘을 쓰고 있었음. 체계적인 면접 절차와 협상 프로세스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는 부분
- 제품, R&R, 오퍼 등 모두 마음에 들어 최종까지 후보로 고려
- 정말 긴 고심 끝에 오퍼 거절
C사
지원: 채용 서비스 통해 지원
포지션: 데이터 엔지니어
채용절차: 서류 전형 -> 1차 면접 (기술) -> 2차 면접 (경영진) -> 최종 합격
- 이번에 채용 플랫폼을 통해 면접을 진행했던 유일한 회사
- 항상 커머스 도메인을 해보고 싶었어서 지원하게 됨
- 1차 면접에서 도메인 차이로 인한 경험 차이가 조금 느껴졌음.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아키텍처 설계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좀 버벅였음
- 기술 면접 보시는 분이 이력서나 Github 프로필을 꼼꼼하게 검토해 보신 느낌을 받았음.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원자에 대해 꼼꼼히 살피는 자세가 매우 좋게 느껴졌고, 기술적인 토론을 할 때도 같이 일하면 정말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 경영진 면접은 CFO와 VP Engineering과 진행했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묘하게 안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음
-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합격 통보를 받았음
- 그러나 최종 합격 오퍼를 너무 늦게 받았고, 그 때는 이미 다른 회사로 가기로 결정한 뒤였기 때문에 오퍼 거절
- 대외적으로 연봉 인상을 홍보하는 회사였는데, (회사 내규를 이유로) 다소 아쉬운 오퍼를 제시했음
- 채용 절차나 결과 통보가 이번에 진행한 회사 통틀어 상대적으로 제일 느림
- 면접비를 준 회사
B사
지원: 채용 서비스 통해 지원
포지션: 데이터 엔지니어
채용절차: 서류 전형 -> 탈락
- 커뮤니티 + 커머스 모델로 이곳도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었던 회사
- 서류 전형에서 떨어져서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원한 다음날 서류 불합격 처리하고 통지를 해주지 않음
- 해당 채용 플랫폼에서 지원서 처리 시 통보를 할지 안할지 선택할 수 있음
- 인사팀의 단순한 실수일 것 같지만, 그래도 최소한 결과를 통지는 해 주었으면 좋겠다
D사
지원: 지인 추천 통해 지원
포지션: 데이터 엔지니어
채용절차: 티타임 -> 1차 면접 (기술) -> 2차 면접 (경영진) -> 최종 합격 -> 오퍼 사인
- 지원 전 CTO님과 티타임을 먼저 진행해 회사 소개와 R&R에 대해 이야기 나눔
-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 (이것이 스타트업의 J커브다)
- 채용 절차가 매우 가장 빠름 (1차 2차 면접을 같은 날에 진행하고, 결과 통보도 매우 빠름)
- 2차 면접은 공동창업자 대표와 인사팀과 진행. 위의 K사 경영진 면접처럼 답변 내용을 꼬리를 물며 정말 세세하게 파고드는 형식이였음. 역시 사람을 매우 신중하게 뽑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상대적으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니 매우 힘들었음
- 제품, R&R, 오퍼 등 모두 마음에 들어 최종까지 후보로 고려
- 면접비를 준 회사
총평
데이터는 어렵다
- 많은 회사들에서 데이터를 다루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어디서부터 다루어야 할 지에 대한 갈증이 많은 것이 느껴졌음
-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보임
- 아무래도 엔지니어링 외에도 프로세스나 이런 것들까지 초기부터 셋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R&R 측면에서 기피하는 문제가 있는 듯
- 더 열심히 하자
지인 추천 통해 지원이 많았는데, 면접 경험이 매우 좋았음
- 당연한 거겠지만
- 지원 전 책임자 혹은 실무자와의 티타임을 주선해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고, 나와 맞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음
-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 잘하자.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기
- 아는 척 하다가 털리면 그냥 답이 없음
- 역질문 통해 힌트를 얻는 방법도 있고
- 지금 회사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고, 아는 부분이 나오면 관련 경험을 풀어서 만회하자.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 많이 준비하기
- 건너건너 회사 분위기를 알 수 있거나 회사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조직 구조나 회사에 대해 여러가지 궁금한 점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
- 기술 블로그나 회사 블로그, 커뮤니티, 뉴스 등 관련 소식 많이 찾아보기
- 솔직한 답변을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최대한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다.
- 관심도 점수는 덤
신입이나 경력이나 회사를 옮기는 것은 역시나 어렵다
- 뽑히기도 어렵고, 뽑기도 어렵고
- 나름 면접관으로도 경험을 좀 했기 때문에 원하는 포인트를 좀 수월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역시나 진리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
- 대신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뭔지는 알게 된 것 같다. (이것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전형은 최대한 빠르게
- 다시 지원자의 입장으로 돌아와 보니 전형을 많이 진행하는 것, 전형이 느린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 바쁘다는 핑계로 이력서 검토를 늦게 하거나 통지를 늦게 했던 과거의 나를 다시 반성하고, 그러지 않기로 다짐하기.
스타트업의 인재 채용에서 컬쳐핏의 중요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는 추세
- 이미 미국 테크회사들에서 자리잡혀 있는 모델
- 형식적인 면접이 아닌 회사와 정말 핏이 맞는지를 아주 세세하게 확인하는 단계로 활용하고 있었음
- 진행했던 회사들 모두 후보자가 컬쳐핏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음
- 나 역시 스타트업 멤버로 인해 고생해 본 경험이 있고, 그래서 이 추세가 매우 반가움
- 컬쳐핏 면접은 아무래도 질문들이 비슷하고 경험치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면접을 할 수록 점점 더 수월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자신의 경험과 장단점을 잘 엮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
마치며
감사하게도 진행했던 면접 모두 경험이 좋았다. 전형을 진행하다 보면 애정도 생기고 회사들이 다 좋아보이는데,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항상 제일 어렵고 고통스러운 부분인 것 같다. 오퍼는 거부했지만 정성들여 채용 절차를 진행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어디로
To Be Continued...